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시기, 전 세계는 신속한 해결책을 필요로 했습니다. 중증으로 진행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새로운 의약품 개발이 시급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가능할까요? 당시에는 개념 단계부터 최종 승인까지 새로운 의약품을 개발하는 데 보통 12~15년이 소요되었습니다. 제약사 Pfizer는 이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디지털 도구를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슈퍼 컴퓨터를 활용해 적합한 분자를 찾고 인공지능(AI)을 통해 방대한 환자 데이터를 분석하여 임상 연구와 공급망을 최적화했습니다. 그 결과 주요 유효성분의 실험실 규모 합성부터 코로나19 치료제 Paxlovid의 대량 생산까지 단 18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후 생명과학 분야에서 디지털화는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수십 년간 고품질 데이터에 의존해온 연구개발 분야에서 디지털화는 혁신을 가속화하고 비용을 절감하는 게임 체인저로 자리 잡았습니다. 프로세스 산업의 다른 분야들도 이러한 성공을 재현하고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경영 컨설팅 회사 EY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화학 기업의 65%가 디지털화가 자사 비즈니스에 혁신적이거나 파괴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생명과학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들 기업 역시 점점 더 어려워지는 시장 환경에 직면해 있습니다. 더 빠른 제품 개발, 더 탄탄한 공급망, 새로운 디지털 비즈니스 모델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델을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들은 신규 고객 확보, 고객 유지율 향상, 궁극적으로는 매출 증대를 위해 B2B 플랫폼에 주목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상당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습니다.
파일럿 단계에 머무른 디지털화
하지만 전통적인 인더스트리 4.0 디지털화 목표, 즉 제조 결함 감소, 가동 중단 방지, 자동화된 워크플로우를 통한 운영 비용 절감, 디지털 프로세스 제어, 예측 유지보수 등과 관련된 투자에는 좀 더 신중한 태도가 나타납니다. Rockwell Automation이 전 세계 제조업 리더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스마트 제조 현황 보고서(State of Smart Manufacturing Report)'에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프로세스 산업은 아직 전면적인 플랜트 디지털화와는 거리가 멉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을 기준으로 4차 산업혁명이 제시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단 20%의 기업만이 인더스트리 4.0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로세스 산업의 디지털화는 마치 진척이 더딘 대규모 건설 현장과도 같습니다. 따라서 이제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왜 프로세스 플랜트의 디지털화는 아직 널리 확산되지 못했는가? 왜 전환의 기반이 불안정한가? 디지털화라는 이상은 단지 '이상'에 불과한 것일까?
실제로 많은 기업들은 오랫동안 '파일럿 퍼거토리(Pilot Purgatory)', 즉 파일럿의 함정에 머물러 있습니다. IIoT, 클라우드 솔루션, 디지털 트윈과 같은 최신 디지털 기술을 시험하기 위해 개별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지만, 이 파일럿 프로젝트들은 서로 단절되어 확장이나 더 광범위한 도입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은 이미 2018년에 이러한 현상을 지적했지만, 지금까지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Rockwell Automation의 조사에 따르면 56%의 기업이 현재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20%는 아직 시작하지 않았지만 투자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핵심 정보
56%
현재 인더스트리 4.0 파일럿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프로세스 산업 기업.
핵심 정보
20%
인더스트리 4.0 기술을 대규모로 활용하고 있는 프로세스 산업 기업.
핵심 정보
95%
이미 AI에 투자하고 있거나 투자할 계획을 갖고 있는 프로세스 산업 기업.
의지의 문제
기업들이 디지털 전환을 광범위하게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이유에 대해 컨설턴트 빌헬름 오텐(Wilhelm Otten)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기술적 장벽뿐만 아니라 기업이 기능별로 지나치게 분절된 사고를 하고 변화 관리 방식에도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술과 자원이 부족한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의지의 부족이 문제이고, 조직 내에서 권한이 충분히 부여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라고 독일기술자협회(VDI)의 디지털 전환 학제간 위원회 위원장인 오텐은 전합니다.
이러한 분석은 2024년 BearingPoint와 뮌헨응용과학대학교(Munich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의 공동 연구에서도 확인됩니다. 이 연구는 경영진의 디지털화 참여 수준과 인더스트리 4.0 도입 정도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이러한 측면에서 인더스트리 4.0과 상호 연결된 디지털 가치사슬 프로세스를 전략적 수준에서 긴밀히 뒷받침하는 것이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분석합니다. 이에 더해 올바른 조직적 접근 방식과 구성원 참여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디지털화를 성공적으로 구현하려면 기술, 인력 그리고 조직 구조가 서로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합니다.
핵심 질문
현재 대부분의 기업들은 거의 기술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더 나쁜 점은 디지털화 이니셔티브를 실제로 제공하는 가치보다는 기능 개선 자체에만 초점을 맞춘 기술 또는 IT 프로젝트로 만드는 경향이 자주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경영 컨설팅 기업 McKinsey & Company에 따르면 핵심 질문은 "우리 비즈니스에 어떤 부가가치를 제공하는가?"가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합니다. 디지털 전환에서 어떤 구체적인 목표와 기준을 성공 지표로 삼아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 역시 명확한 답을 얻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독일의 Fraunhofer Institute for Production Technology도 유사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이 기관에 따르면 많은 기업들은 인더스트리 4.0이 자사의 생산에 어떤 부가가치를 더할 수 있는지 그 잠재력을 평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투자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Rockwell Automation 보고서에서는 지속 가능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생산 및 운영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빠른 투자 회수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사례를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할 것을 권고합니다.
Endress+Hauser Digital Solutions의 대표이사인 롤프 비르크호퍼(Rolf Birkhofer)도 이와 같은 집중적이고 단계적인 디지털화 접근 방식을 지지합니다. 적용 분야에 따라 기대되는 효과와 사용되는 기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더 작은 단계별로 나아가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소규모 플랜트에서는 측정 포인트를 원격으로 모니터링함으로써 현장 방문을 줄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반면 대규모 플랜트에서는 현장 계기의 설치 기반을 관리해 빠른 투자 회수를 달성할 수 있음이 이미 성공적으로 입증되었습니다." 또한 롤프 비르크호퍼는 Rockwell Automation 보고서에 동의하며 다음과 같이 덧붙여 말합니다. "성공적인 디지털화란 솔루션이 장기적으로 사용되고 예상한 기간 내에 투자비를 회수하는 것입니다."
큰 그림의 중요성
이와 같은 성공적인 디지털화 사례 중 하나가 플랜트 엔지니어링에서 활용되는 디지털 트윈입니다. 기업들은 디지털 트윈을 통해 플랜트를 가상 환경에서 계획, 시뮬레이션 및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Coca-Cola는 이스탄불의 최첨단 플랜트에서 충전 라인의 각 단계를 디지털 트윈으로 모델링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트윈을 활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잠재적인 병목현상, 설비 고장, 효율 저하를 파악하고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나리오도 시험할 수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불량률 감소, 에너지 소비 절감, 비용 절감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디지털 트윈의 잠재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필요한 데이터가 여러 시스템, 형식 그리고 책임 영역에 걸쳐 분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엔드레스하우저의 기술 및 포트폴리오 총괄 이사인 한스 요아힘 프뢸리히(Hans-Joachim Fröhlich)는 "디지털 트윈은 전체 라이프사이클 데이터가 확보될 때에만 제대로 작동합니다."라고 말합니다. "현재는 이러한 엔드 투 엔드 연속성이 부족하거나, 다양한 데이터가 서로 원활하게 맞물리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어려운 점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하는 업무를 맡은 모든 사람이 그 노고로부터 직접적인 혜택을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조직 전체가 부서 간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대해 공통된 이해를 가져야 합니다."라고 빌헬름 오텐은 설명합니다. 기능별 사일로를 넘어 데이터를 원활하게 통합하는 것은 거의 모든 인더스트리 4.0 환경에서 파일럿 프로젝트를 확장하기 위한 기본 요건입니다. "프로세스 산업에서 디지털화가 더디게 진행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반드시 필요한 상호운용성이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기업 내부는 물론 기업 간에도 데이터를 원활하게 교환하는 것이 아직은 불가능합니다."라고 한스 요아힘 프뢸리히는 말합니다.
AI: 두 글자의 희망
다행히도 프로세스 산업은 이러한 과제를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BearingPoint와 뮌헨응용과학대학교(Munich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의 69%가 현재 데이터 확보를 위해 내부적으로 수직 통합에 집중하고 있으며, 약 58%는 이를 위해 클라우드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습니다. 한편 기업들은 가치사슬 전반에 걸쳐 파트너들과 함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산업 디지털 트윈 협회(Industrial Digital Twin Association)나 오픈 인더스트리 4.0 얼라이언스(Open Industry 4.0 Alliance)와 같은 조직을 통해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는 새로운 현장 통신 인프라인 Ethernet-APL의 개발에서도 프로세스 산업은 표준화되고 상호운용성이 있는 솔루션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향후 몇 개월 동안 이러한 추세는 두 가지 주요 이유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경쟁 심화, 규제 요건 강화, 불안정한 공급망, 지속적으로 심화되는 인력 부족 그리고 사이버보안의 필요성 증가로 인해 점점 더 긴급해지고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디지털화를 가속화하는 핵심 요소로서 인공지능의 잠재력 때문입니다. Pfizer와 같은 제약 산업의 성공 사례 이후 많은 기업들이 AI를 만능 해결책으로 보고 있습니다. Rockwell Automation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세스 산업 기업의 95%가 이미 AI 및 머신러닝에 투자하고 있거나 향후 5년 내에 투자할 계획입니다. 특히 품질 관리, 사이버보안, 프로세스 최적화 분야의 잠재력이 큽니다. AI는 생산의 우수성, 신뢰성, 안전성, 효율성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지속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됩니다.
AI의 잠재력을 완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견고한 데이터 기반과 원활한 데이터 흐름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기업들에게 디지털화 투자는 필수 요소가 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도입될 다른 기술들을 위한 기반이기도 합니다. '2025 스마트 제조 현황 보고서(State of Smart Manufacturing Report 2025)'의 저자들은 이에 대해 분명히 말합니다. "산업 전환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